죽은 사람이 억울함을 풀지 못한 채 떠난다면, 그 억울함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드라마 '귀신변호사 신이랑'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처음 이 드라마를 접했을 때 저는 단순한 법정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현실의 이야기를 그대로 꺼내놓은 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무거워졌습니다.

죽은 자의 억울함, 법정으로 가져간다는 것
드라마의 설정 자체가 꽤 독특합니다. 주인공 신이랑은 죽은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능력 덕분에 신이랑의 의뢰인들은 일반적인 법률 회사의 클라이언트와 다릅니다. 이강풍, 김수아, 전상호 같은 이름들은 모두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거나 그 유족들입니다.
또 흥미로웠던 건 '빙의' 였습니다.
드라마가 단순한 오컬트 판타지가 아니라고 느낀 이유는 바로 이런 지점 때문입니다.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병이 있어서, 오해가 쌓여서, 지은 죄를 감당하지 못해서 세상을 떠난 사람들. 드라마 속 이야기지만 현실과 완전히 겹쳐 보였습니다. 그 억울함들이 법정이라는 공식적인 공간에서 다뤄진다는 설정이 저에게는 굉장히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귀신이 신이랑을 찾아오는 이유가 복수만이 아니라는 걸 신이랑 스스로 깨닫는 장면도 인상 깊었습니다. 단지 가해자를 응징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남긴 가족을 걱정하기 때문에, 혹은 잘못된 방향으로 슬퍼하고 있는 사람을 바로잡아 주고 싶어서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한소현처럼 어린 나이에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고도 자신이 살린 나연이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지 걱정하는 장면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가슴이 꽤 먹먹해졌습니다.

현실의 법은 충분히 억울함을 풀어주고 있는가
드라마를 보면서 계속 마음에 걸렸던 건, 이게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라는 현실이었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법 체계에서 피해자의 억울함이 충분히 다뤄지고 있는지, 저는 그게 늘 의문입니다.
드라마 속에서도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한별에게 신이랑이 법적으로 대응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는 그 장면에서 묘하게 속이 시원했습니다. 벽돌로 때린 죄와 죽을 만큼 괴롭힌 죄 중 무엇이 더 큰 잘못인가를 묻는 장면은, 드라마가 단순히 선과 악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불균형한 법 적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드라마 속 신이랑의 의뢰인들을 보면서 제가 정리한 억울한 죽음의 패턴은 대체로 이러했습니다.
제가 이런 드라마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통쾌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현실에서 해소되지 못하는 감정들을 드라마가 대신 처리해 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가해자에게 강한 처벌이 내려지고, 피해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받는 서사는 우리가 현실에서 자주 목격하지 못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저는 계속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분들 모두가 신이랑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법이 더 강해지고, 피해자의 목소리가 더 크게 반영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가해자는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확실히 체감해야 하고, 피해자는 그에 걸맞은 보상과 회복의 기회를 반드시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드라마가 단순한 오락거리로 소비되기보다는, 우리 사법 현실을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참고:https://www.youtube.com/watch?v=VQtNeTmFAO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