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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교모세포종, 멸망, 사랑)

leedm00 2026. 7. 8. 13:28

목차


    어느 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드라마

    정말 너무 힘들어서 그냥 다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모든 게 부정적으로 꼬여가던 시절에 저도 '이러다 다 망해버리면 어떻게 되지'라는 생각을 한 번씩 했었습니다. 드라마의 주인공 탁동경이 교모세포종(뇌종양의 일종) 진단을 받고 내뱉은 말이 딱 그 감정이었습니다. 이 드라마가 단순한 판타지 로맨스가 아니라 삶의 끝과, 그리고 사랑이 뭔지를 건드린다는 걸, 보면서 제 과거가 겹쳐지며 느꼈습니다.


    교모세포종 진단, 그리고 절망이 부른 이름

    드라마는 탁동경이 병원에서 교모세포종(Glioblastoma Multiforme, GBM) 진단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멈칫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삶이 너무 힘들 때 의사한테 "앞으로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그게 어떤 내용이든 귀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탁동경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냥 멍하니 앉아있다가, 집에 돌아와 혼자 내뱉습니다. "세상 다 망해라." 

    이 말이 그냥 화풀이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았습니다. 아프기 싫은데 아프고, 살고 싶은데 살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이 가장 먼저 하는 건 자기 자신보다 세상을 탓하는 겁니다. 그 감정이 쌓이면 '멸망'이라는 단어가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마비, 언어 장애, 인지 장애 같은 수술 부작용 가능성까지 들은 탁동경이 선택을 망설이는 건 당연합니다. 여기서 편마비란 신체 한쪽의 운동 기능이 마비되는 상태를 뜻하고, 인지 장애란 기억력,판단력,언어 처리 등 뇌의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말합니다. 치료를 받아도 '정상적인 나'로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차라리 포기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게 이상한 게 아닙니다.

    • 교모세포종(GBM): 뇌 악성 종양 중 가장 공격적인 4등급 종양
    • 수술 시 약 1년, 미수술 시 3~4개월 생존 예후
    • 편마비,언어 장애,인지 장애 등 수술 후 부작용 가능성
    • 조직 검사만으로도 사망 가능성이 있을 만큼 종양 위치가 좋지 않음
    요약: 탁동경의 교모세포종 진단은 단순한 드라마 설정이 아니라, 삶의 끝을 실감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출발점이었습니다.

     

    멸망과의 계약, 그 조건이 무섭게 느껴진 이유

    '멸망'이라는 존재가 탁동경 앞에 실제로 나타납니다. 자신을 멸망이라 소개하는 이 존재는 탁동경이 별이 죽는 순간 자신에게 소원을 빈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계약을 제안합니다. 죽어가는 동안 아프지 않게 해주겠다, 진짜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 대신 죽기 전에 세상을 멸망시켜 달라는 조건입니다.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히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가 아니라, 멸망이 세상을 없애려 해도 인간의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설정이 꽤 섬뜩했습니다. 쉽게 말해, 멸망은 혼자 세상을 끝낼 수 없고 반드시 '세상을 끝내고 싶다는 인간'이 필요하다는 구조입니다. 탁동경이 그 선택을 받은 건 그녀가 특별히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 순간 그 절망 속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계약의 위약금도 냉혹합니다. 탁동경이 계약을 어기고 죽으면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대신 생을 마감합니다.이 설정이 드라마 내내 탁동경을 옭아매는 구조적 긴장감이 됩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이라는 멸망의 말은, 제가 생각하기엔 드라마가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그런 거니까요. 무언가를 선택하면 반드시 무언가를 잃는 구조.

    하루 한 번 12시 전에 멸망의 손을 잡아야 고통이 사라지는 설정도 흥미롭습니다. 이건 단순한 판타지 장치처럼 보이지만, 저는 여기서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매일 무언가에 의지해야 한다는 은유로 읽었습니다. 저도 정말 힘들었을 때,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게 아주 사소한 것이었습니다. 밥 한 끼, 좋아하는 음악 한 곡. 그게 저한테는 '충전'이었습니다.

    요약: 멸망과의 계약은 절망 속에서 내민 손이지만, 그 손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걸 드라마는 처음부터 숨기지 않습니다.

     

    사랑의 의미, 살고 싶다는 말의 무게

    드라마 후반부에서 탁동경이 처음으로 솔직하게 말합니다. "그냥 살고 싶어요." 멸망은 이 '그냥'의 의미를 궁금해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대단한 목표 없이, 그냥 살고 싶다는 말. 저는 이 장면이 가장 울컥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가장 힘들 때는 거창한 이유가 필요한 게 아니거든요. 그냥 하루를 더 살아보고 싶다는 게 얼마나 절박한 소원인지,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멸망은 자신이 먹지도 자지도 울지도 않으며 감정이 없다고 계속 주장합니다. 그런데 탁동경은 과거 장례식장에서 멸망이 울고 있는 걸 봤다고 말합니다. 멸망은 그걸 부정하면서도, 결국 탁동경을 사랑하게 되었음을 인정합니다. "아무도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고 말하던 존재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이 드라마의 진짜 줄기입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계속 생각한 건 하나입니다. 탁동경에게 처음부터 "치료가 오래 걸려도 살아가는 데 지장 없을 수 있다"는 말 한마디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긍정적인 가능성을 하나라도 들었다면, 세상을 향해 그렇게 절규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힘든 사람에게 건네는 말의 방향이 그 사람의 남은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그렇습니다.

    요약: "그냥 살고 싶다"는 말이 이 드라마의 가장 강한 문장이었고, 저는 그 말에서 제 과거를 봤습니다.

    결론

    저도 너무 힘들었을 때, 매번 모든 걸 부정적으로만 꼬아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는 이유를 모르겠고, 뭘 위해 일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런 날이 쌓이면 탁동경처럼 '다 멸망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는 게 사실 이상한 게 아닙니다. 지금도 상황이 좋은 건 아니지만, 포기하면 지금보다 더 힘들게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에 최대한 버텨보려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어느 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는 결국 탁동경이 "그냥 살고 싶다"는 말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입니다. 화려한 소원도, 거창한 이유도 필요 없이. 지금 혹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계신 분이 있다면, 그 감정을 혼자 들고 계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qtgVhdEs-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