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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스 (초능력, 세계관, 배우 경험)

by leedm00 2026. 6. 12.

원더풀스

넷플릭스 드라마 원더풀스에서 주인공 은채니는 불법 생체 실험의 부산물로 순간이동 능력을 얻습니다. 저도 어릴 때부터 초능력이 생기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정말 많이 해왔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재미있지만 마냥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드라마, 원더풀스의 세계관과 결말, 그리고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불법 생체 실험이 만들어낸 세계관

원더풀스의 설정은 꽤 무겁게 시작합니다. 하원도 박사가 자행한 '분더킨더(Wunderkinder)' 프로젝트가 이야기의 뿌리입니다. 분더킨더란 독일어로 '신동' 또는 '경이로운 아이들'을 뜻하는 단어인데, 드라마에서는 그 이름과 달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윤리적 인체 실험의 코드명으로 사용됩니다.

저도 드라마를 보면서 이 설정이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초능력을 부여하려고 실험을 반복했고, 대부분은 죽거나 부작용에 시달렸습니다. '1730번 영원의 아이'는 죽었다가 되살아나는 능력을 가졌고, 그 심장이 결국 주인공 채니에게 이식됩니다. 누군가의 끔찍한 희생 위에 다른 생명이 연장된다는 구조, 이 지점이 이 드라마가 단순한 히어로물과 달리 윤리적 무게를 품고 있는 이유입니다.

 

생체 실험 후 흘러나온 맹독성 화학물질 '페놀(Phenol)'이 폐수 웅덩이를 오염시켰고, 여기에 빠진 채니, 로빈, 경훈이 초능력을 갖게 됩니다. 페놀이란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방향족 화합물로, 고농도에 노출될 경우 세포 괴사와 신경계 손상을 일으키는 실제로도 위험한 물질입니다. 물론 현실에서 페놀에 빠진다고 초능력이 생기진 않겠지만, 이런 실제 물질을 설정에 가져온 것이 세계관에 묘한 설득력을 더해줍니다.

세 사람의 능력 발현 조건도 흥미롭습니다.

  • 채니: 심장이 빨리 뛸 때 순간이동 발동, 단 목적지 조절 불가
  • 로빈: 남에게 비난받을 때 괴력 발현
  • 경훈: 거짓말을 할 때 접착 능력 발현

능력이 감정과 연결된다는 설정은 단순한 SF를 넘어서 캐릭터의 심리를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이 부분은 제가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잘 만들었다고 느낀 지점이기도 합니다.

쿠키 영상과 프랜차이즈형 엔딩의 딜레마

드라마는 감정적으로 따뜻하게 마무리됩니다. 채니는 해성시를 구하고 49재가 지나서야 거지꼴로 돌아오고, 운정과는 달달한 분위기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쿠키 영상에서 하원도 박사의 시신이 눈을 뜨며 재생됩니다.

이 결말 방식을 두고 시각이 좀 갈립니다. 감정적 폐쇄감이 잘 닫혔는데 굳이 다시 열었다는 의견도 있고, 세계관 확장을 위한 의도적 설계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감독 역시 단순한 반전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를 염두에 둔 결말이라고 밝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방식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방식과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OTT 플랫폼이 이런 방식을 채택하는 건 이제 낯설지 않지만, 문제는 본편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쿠키 영상에서 경찰이 구원영생교를 수색하는 장면은, 49재가 지날 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야 수사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수사 지연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수사를 촉발했을 가능성이 높고, 세뇌 능력을 가진 주란이 가장 유력한 인물로 보입니다. 하원도가 세포 재생(Cell Regeneration) 기술을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주란도 알고 있었을 테니까요. 세포 재생이란 손상되거나 죽은 세포가 다시 기능적으로 복구되는 생물학적 현상으로, 드라마에서는 이를 인위적으로 구현하는 혈청 실험이 핵심 플롯으로 등장합니다.

실제로 OTT 드라마에서 시즌제 구조는 콘텐츠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국내 OTT 이용자 수는 2023년 기준 약 3,200만 명에 달하며, 시즌제 드라마의 재구독 유도 효과가 검증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원더풀스의 열린 결말은 감정보다 산업 논리가 앞선 선택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원더풀스

초능력 드라마와 배우라는 직업이 주는 생각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원더풀스를 보면서 초능력 자체보다 오히려 배우들의 연기 방식이 더 인상에 남았습니다. 저도 어릴 때부터 초능력이 생겼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막상 드라마처럼 능력에 조건이 붙거나 부작용이 따라온다면 마냥 좋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비난받을 때만 괴력이 나오는 로빈이나, 거짓말을 해야 접착 능력이 발동되는 경훈처럼, 능력을 쓰려면 반드시 대가가 있다는 설정이 현실적인 무게감을 줍니다.

제 경험상 이런 대리만족을 주는 콘텐츠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을 잠시 가능하게 느끼게 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파라소셜 경험(Parasocial Experience)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반응은 시청자가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도록 만드는 핵심 요소입니다.

 

배우들도 그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저는 배우라는 직업이 참 독특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능력자 역할을 맡으면 실제로 그 감각을 상상하며 연기해야 하고, 형사, 의사, 과학자 등 평생 경험하기 어려운 직업들을 작품마다 체험합니다. 물론 촬영 현장이 고되고 쉽지 않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그 다양한 인생을 잠깐씩이나마 살아보는 경험은, 제가 보기에 정말 쉽게 얻기 어려운 것입니다. 원더풀스 배우들이 순간이동이나 괴력을 연기하면서, 완성된 장면을 보며 어떤 기분이었을지 괜히 궁금해집니다.

원더풀스는 완성도 면에서 아쉬운 구석이 분명 있는 드라마입니다. 그럼에도 캐릭터들에게 정이 가고, 세계관 설정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에서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즌 2가 나온다면, 하원도의 재생 능력과 분더킨더들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악을 이용해야 하는가라는 윤리적 딜레마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방향이라면 단순한 히어로물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생깁니다. 원더풀스를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결말보다 캐릭터들의 관계에 집중하며 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7qlCwlSEe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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