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최초의 자폐인 변호사라는 설정 하나로 드라마 한 편이 이렇게 많은 걸 건드릴 줄 몰랐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다가 저도 모르게 초등학교 시절 한 친구가 떠올랐고, 그 기억이 이 드라마를 단순한 법정 드라마 이상으로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현실에서는 어떤 의미인가
우영우는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에 사법연수원 성적 1등, 한 번 본 것을 절대 잊지 않는 기억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회전문 하나를 혼자 통과하지 못합니다. 이 장면이 처음에는 코믹하게 보일 수 있지만, 직접 겪어보니 이 설정이 얼마나 정교하게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특성을 담아냈는지 알게 됩니다.
드라마 속 우영우가 보여주는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따라 반복하는 행동으로 사수인 정명석 변호사가 당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는 그 장면에서 웃음보다 먼저 "아, 저게 낯선 사람 눈에는 저렇게 보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 성이 '우' 씨인 친구 한 명이 떠오릅니다. 밝고 말이 많았던 그 친구는 몸이 불편하다는 걸 제가 나중에 알았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어울렸습니다. 제 경험상 그 친구가 장애인이라는 인식보다 그냥 같이 장난치는 친구라는 느낌이 훨씬 강했는데, 어쩌면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관계의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영우가 첫 사건에서 보여준 논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능력을 의심받던 변호사가 결국 핵심을 가장 정확하게 짚어냈다는 점에서 더 강하게 와닿았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드라마에서 정명석 변호사가 처음 영우에게 갖는 선입견은 솔직히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게 현실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 불편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아직도 많이 다릅니다. 시선을 피하거나 말을 아끼거나, 혹은 과도하게 배려하는 척하거나. 어느 쪽도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우영우가 '대한민국 최초의 자폐인 변호사'라는 설정이 그냥 드라마적 과장이 아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장면은 영우가 법정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지만, 법을 사랑하고 의뢰인을 존중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대사 하나가 드라마 전체를 관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겉으로 판단하는 사회의 시선에 대한 조용한 반박이었습니다.
우영우 변호사가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는 방식도 기억에 남습니다. 우영우,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처음에는 귀여운 자기소개처럼 들리는데, 생각해보면 어떤 방향으로 바라봐도 같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법정 드라마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결국 남는 건 법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였습니다.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멀리하고 기피하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지, 저는 초등학교 그 친구를 생각하면 바로 압니다. 그 친구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때 저는 그냥 친구로 대했고, 알게 된 후에도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 무심함이 오히려 가장 좋은 태도였던 것 같습니다. 평범하게 살던 사람이 사고 한 번으로 장애를 갖게 되는 일은 뉴스에서 매일 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도움을 피하지 말고, 당연하게 손을 내미는 것. 이 드라마가 결국 하고 싶었던 말도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