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속 장례지도사 동주는 고인이 된 자의 마지막 소원을 직접 들어줍니다. 저는 이 설정을 보는 순간 할아버지 할머니를 떠나보내던 때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잘 가셨는지, 그곳은 편하신지 — 그게 궁금한데 물어볼 방법이 없다는 게 사람 일이잖아요. 이 드라마는 그 답답함을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망자소통 — 누군가 대신 전해줄 수 있다면
드라마에서 동주는 '카운트'라는 운명을 받아들입니다. 여기서 카운트란 죽은 자가 이승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듣고, 그 소원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손이 닿는 순간 망자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설정인데, 처음에는 판타지적 장치라고 봤지만 보면 볼수록 그게 단순한 판타지로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시골 할아버지 댁 묘소에 인사드리러 갔던 날,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주변에 다른 벌레도, 다른 새도 없이 딱 그 나비 한 마리만 우리 가족 주위를 계속 맴돌았어요. 가족 모두가 말했습니다. "할머니가 오셔서 인사하시는 거다." 저는 그게 맞다고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믿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상황이 너무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사람이라는 건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고 떠날 수 있다는 생각, 저는 꽤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임종(臨終) — 즉 삶의 마지막 순간 — 에 의식이 또렷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 설령 의식이 있어도 가족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을 끝내 꺼내지 못하고 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동주처럼 그 말을 대신 전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남은 사람들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 카운트: 망자의 마지막 소원을 듣고 해결해주는 역할로, 드라마의 핵심 설정
- 임종 전 하지 못한 말을 남기는 경우는 현실에서도 빈번하게 발생
- 유가족이 남긴 이야기를 전달받을 통로가 없다는 것 자체가 슬픔의 일부
직업현실 — 장례지도사는 어떤 사람들일까
드라마 속 동주는 탁구 선수라는 꿈이 좌절된 뒤 장례지도사가 되었습니다. 첫 염(殮)을 하던 날 죽은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염이란 사망한 분의 몸을 깨끗이 씻기고 수의를 입혀 입관 준비를 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처음으로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했을까'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떠올렸습니다.
장례지도사(Funeral Director)는 고인이 존엄하게 마지막 길을 갈 수 있도록 염습부터 입관, 발인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전문직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장례지도사들이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솔직히 저는 그게 진심인지, 아니면 업무상 해야 하는 말인지 헷갈릴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하루에도 여러 건의 장례를 치르는 분들이 매번 기계적으로만 대한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진심인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라는 게 제 솔직한 생각입니다. 어떤 직업이든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한편 드라마 속 동주는 남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심부름 서비스를 통해 받으면서, 자신의 직업을 비하하는 말까지 전달받습니다. "돈 몇 푼에 양심을 파는 일은 안 한다"는 동주의 반응이 인상 깊었습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신념이 그 말 한마디에 담겨 있었거든요. 저는 그 장면에서 이 드라마가 단순한 로맨스물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카운트 — 죽음을 곁에서 지키는 사람의 이야기
드라마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택시 기사 김준호는 헤어진 아들을 다시 보고 싶다는 소원을 남깁니다. 동주는 현수막을 걸어 아들을 찾고, 결국 진짜 아들 김태희가 아버지의 빈소를 찾아오게 됩니다.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제가 느낀 건 — 죽고 나서도 해결 안 된 일이 이렇게 많다는 거였습니다.
호스피스(Hospice) 케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호스피스란 치료보다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환자와 가족이 심리적·신체적으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완화 의료 서비스를 말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내드린 뒤 한동안 마음에 걸렸던 건 "잘 가셨는지" 그 한 가지였습니다. 그곳이 편한지, 아프진 않으신지. 드라마는 그 질문에 "괜찮아, 잘 있어"라고 대신 답해줍니다. 실제로 나비 한 마리가 우리 가족에게 그 말을 전해줬듯이요.
빈소(殯所)란 장례 기간 동안 고인의 관을 모셔두고 조문객을 맞이하는 공간입니다. 드라마 속 빈소 장면들은 실제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게 묘사되어 있어서, 보면서 저도 모르게 옛 기억들이 겹쳐 보였습니다. 그 공간에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장례지도사가 어떤 마음으로 서 있을지,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는 전과 다르게 생각하게 됩니다.
결론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전에는 막연하게 힘든 일이겠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자리에 끝까지 있어주는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집니다. 동주처럼 망자의 말을 들어줄 수 없더라도, 그 공간에 함께 있어준다는 것만으로도 남은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고 떠나는 사람이 있고, 그 말을 영영 듣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드라마는 그 사이의 틈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그 나비가 아직도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