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이 드라마 제목을 봤을 때 그냥 과장된 설정이겠거니 했습니다. 수임료 1,000원짜리 변호사라니, 현실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한 회 한 회 보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법이라는 게 가진 자들만의 방패가 아니라 정말 힘없는 사람 곁에도 설 수 있다는 걸, 이 드라마는 꽤 진지하게 건드리고 있었습니다.
수임료 1,000원이 뒤흔든 변호사의 상식
일반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한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 솔직히 지금까지 살면서 변호사를 직접 찾아간 적이 없는 이유 중 하나가 그 심리적, 경제적 장벽이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속 천지훈은 그 장벽을 단돈 1,000원으로 무너뜨립니다. 사채 빚에 시달리던 의뢰인이 수임료 1,000원 광고를 보고 찾아오고, 천지훈은 실제로 야간 집행 불가 시간대를 정확히 짚어내며 압수수색을 멈춰 세웁니다. 형사소송법상 야간 집행 제한 규정이 있는데, 이는 수사기관이 일출 전이나 일몰 후에는 원칙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천지훈은 이 조항 하나로 사채업자의 기세를 꺾어버립니다. 저처럼 법을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장면이 꽤 통쾌했습니다.
제가 경험상 느끼는 건, 일반 사람들이 변호사를 찾는 상황은 이미 꽤 심각한 국면이 됐을 때라는 겁니다. 친구나 지인이 내 사정을 다 알고 내 편에서 대신 싸워주는 것, 그게 비공식적인 의미에서 변호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법정에서는 그게 아무 효력이 없으니, 결국 돈이 있어야 제대로 된 방어막을 칠 수 있다는 현실이 씁쓸합니다.
천지훈이 '착한 사람 한정'으로 사건을 받는다는 설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억울한 사람만 골라서 싸워주는 변호사. 현실에서 이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기는 어렵겠지만, 드라마가 건네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법의 울타리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것 입니다.

무죄추정원칙, 드라마가 꺼낸 불편한 진실
소매치기 사건 에피소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텅 빈 상자 하나를 들고 법정에 선 천지훈의 모습이었습니다.
"죄가 없다는 걸 증명하라"가 아니라 "죄가 있다는 걸 검사가 증명하라"는 대사가 좋았습니다.
전과 4범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번에도 당연히 범인이라고 단정 짓는 검사 백마리의 태도를, 천지훈은 그 빈 상자 하나로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엔 "전과자면 그럴 수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스쳤거든요. 그게 바로 우리 사회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기도 하고요. 그 장면이 불편했던 이유는 제 안에도 그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국민 참여 재판이라는 제도도 드라마에서 중요하게 다뤄집니다.천지훈이 이 재판 방식을 선택한 건, 법 논리보다 인간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였습니다.
한편 현실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피고인에게는 국선변호인제도가 있습니다.그런데 제 생각에는, 제도가 있다고 해서 그 혜택을 받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 드라마가 건드리는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사건을 가려가며 성의껏 대응해 주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예상 밖이었던 건, 법정 장면이 의외로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는 겁니다. 피해자에게 눈을 감고 소매치기 상황을 재연하게 하는 장면처럼, 천지훈의 방식은 화려한 말솜씨보다 '진실을 눈앞에 보여주는 것'에 가깝습니다. 변론(辯論), 즉 법정에서 사실관계와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행위가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라 이렇게 치밀한 준비 위에 서 있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드라마인 만큼 현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건 감안해야 합니다. 이 글은 드라마를 통해 개인적으로 느낀 점과 법 제도에 대한 경험적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전문적인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드라마가 끝나고도 한동안 1,000원이라는 숫자가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그 금액이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누구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선언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그런 변호사를 만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국선변호인 제도나 법률 구조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억울한 일이 생겼을 때 돈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 한다는 상황만큼은 줄어들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