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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퐁당러브(수능 날,수학이 무기,외로운 왕과 정해진 이별)

leedm00 2026. 10. 26. 20:49

목차


    퐁당퐁당러브 드라마 포스터

    수능 날 아침, 도망치고 싶던 아이가 조선에 떨어졌다

    국지성 호우가 예보된 수능 당일 아침이었습니다.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집을 나선 단비는 시험장으로 향하던 길에 쏟아지는 비와 함께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리고 눈을 떠 보니 3년째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조선이었죠. 비 한 방울이 귀한 마을에 비와 함께 나타났으니, 사람들은 단비를 하늘에서 내려온 아이라며 반깁니다. 현재에서 단비를 끌어당긴 비가 조선에서는 간절히 기다리던 비였다는 설정이 처음부터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른 시대로 넘어가는 이야기야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에서 봐왔던 설정이라 처음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작품은 출발점이 조금 달랐습니다. 수능을 코앞에 두고 수학이라면 고개부터 젓는 고3, 하루 시험으로 인생이 정해지는 게 억울해서 차라리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아이가 주인공이거든요. 저도 그 나이 때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서인지, 단비의 그 한마디가 정말로 이뤄져 버리는 흐름이 묘하게 와닿았습니다. 가볍게 던진 투정이 진짜가 되는 순간, 이야기가 그냥 판타지가 아니라 단비 자신의 이야기로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조선에 떨어진 단비는 자신을 "고3"이라고 소개합니다. 당연히 조선 사람들이 알아들을 리가 없죠. 정체를 의심받고, 이상한 물건을 들고 다니는 수상한 아이 취급을 받으면서도 단비는 어떻게든 그 낯선 세상에서 버틸 방법을 찾아냅니다. 보면서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짠했습니다. 현실이 버거워서 도망치고 싶었던 아이가, 정작 도망친 곳에서 다시 버텨야 할 이유를 찾게 되는 셈이니까요. 저는 이 작품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결국 이 부분에 다 담겨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싫어하던 수학이 무기가 되던 순간

    세종은 미래에서 온 단비의 휴대폰과 낯선 지식에 호기심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리고 단비에게 조건을 하나 겁니다. 수학을 가르쳐 주면 궁 안에 머물게 해 주겠다는 것이었죠. 그렇게 세종과 단비의 산학 대결이 시작됩니다.

     

    솔직히 이 장면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수능 수학을 포기했던 아이가 조선에서는 수학으로 왕 앞에서 실력을 증명하게 되다니요. 보면서 '공부가 쓸모없다고 느꼈던 건, 어디에 쓰일지 몰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단비 역시 같은 걸 느끼는 듯한 표정을 짓는데, 굳이 대사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좋았어요.

     

    산학 대결로 자리를 잡은 단비는 그 뒤로도 자신이 아는 것들을 하나씩 꺼내 놓습니다. 궁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현대 의학 지식으로 세종의 신임을 얻기도 합니다. 농사직설을 개량하는 데 힘을 보태고, 물시계를 만드는 일에도 함께하죠. 각 지역 농민들의 경험이 모인 책에 단비가 알고 있던 지식이 더해지는 장면을 보면서, 과거와 지금의 지식이 만나면 이런 힘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설득력 있게 느낀 이유는 단비가 천재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었어요. 학교에서는 수학 시험 하나 제대로 못 보던 평범한 아이였는데, 서 있는 자리가 바뀌니 오히려 앞서 나가게 됩니다. 결국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걸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라는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지금 학교에서 '이걸 배워서 어디에 써' 하고 한숨 쉬는 학생들이 보면 조금은 다르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외로운 왕과 정해진 이별, 그리고 남은 아쉬움

    이 드라마에서 제가 가장 신선하게 느낀 건 세종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보던 위대한 왕이 아니라, 권력 다툼 속에서 혼자 외로움을 견디는 한 사람으로 그려지거든요. 왕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고독한 것인지, 단비가 그 외로움을 먼저 알아채고 위로하는 장면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이 요란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신하들이 신분도 정체도 알 수 없는 단비를 대역 죄인으로 몰아세우는 장면도 있습니다. 낯선 사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던 당시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었죠. 그런데도 세종은 반대를 무릅쓰고 단비를 감쌉니다. 옳다고 믿는 것을 끝까지 지키는 왕의 모습이 잘 드러난 장면이었어요. 다만 이런 위기가 대부분 세종의 결단 한 번으로 정리되다 보니, 긴장감이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훈민정음 창제를 반대하는 세력과의 갈등도 조금 더 깊게 다뤄 줬다면 훨씬 묵직했을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단비가 한글 창제에 영감을 준다는 설정은 솔직히 조금 조심스럽게 보였습니다. 지어낸 이야기라는 걸 알면서도, 세종이 오랜 시간 고민 끝에 이뤄낸 업적이 자칫 가볍게 보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백성들이 스스로 뜻을 적을 수 있는 글자가 필요하다는 데 두 사람이 함께 공감하는 장면은, 세종이 왜 그 일을 해냈는지를 마음으로 이해하게 해 주는 방식이라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비가 오면 돌아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세종을 향한 마음이 깊어질수록 단비도 흔들립니다. 보는 저도 두 사람의 감정이 쌓일수록 마음 한쪽이 계속 무거웠어요. 조선에서의 추억을 뒤로하고 현재로 돌아가는 단비의 모습은 생각보다 오래 여운이 남았습니다. 단비를 보낸 뒤 세종은 그 기억을 어떻게 안고 살았을지, 단비가 조선에 남기고 온 것들은 어떤 흔적이 됐을지,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그런 생각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결론

    정리해 보면, 이 드라마가 하려던 이야기는 수능도, 다른 시대로 떠나는 모험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도망치고 싶던 자리로 다시 걸어 들어가는 이야기에 가까웠어요. 단비가 조선에서 얻은 건 세종과의 애틋한 감정만이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쓸모 있다는 감각이었습니다. 그 감각이 결국 단비를 다시 시험장 문 앞까지 데려다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위기가 너무 쉽게 넘어간다는 아쉬움은 분명 있습니다. 훈민정음 창제를 둘러싼 갈등이나 신하들과의 대립이 조금 더 무게 있게 그려졌다면 여운이 훨씬 달랐을 거예요. 그래도 지금 무언가를 포기하고 싶거나,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분이라면 한 번쯤 봐도 좋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 보고 나서도 마음을 다잡고 시험장으로 들어서던 단비의 마지막 얼굴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7tC55V6u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