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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어게인 (드라마 서사, 입시비리, 재기)

leedm00 2026. 8. 22. 09:07

목차


    18어게인 드라마



    드라마 서사 — 판타지 설정이 품은 현실의 무게

    이 드라마의 핵심 장치는 '회귀 판타지'입니다. 여기서 회귀 판타지란 주인공이 과거의 모습이나 나이로 되돌아가 현재를 새롭게 바라보는 서사 구조를 말합니다. 단순히 젊어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젊어진 눈으로 자신이 놓쳤던 것들을 다시 발견하게 하는 장치인 셈입니다.

    홍대영은 승진에서 밀리고, 집에서는 존재감이 흐릿한 중년 남자입니다. 그가 고등학교 농구장에서 농구공을 던지며 소원을 빈 뒤 갑자기 열여덟 살의 고우영으로 돌아오는 장면은 판타지적이지만, 그 이후 이야기는 상당히 현실적인 무게를 갖습니다. 제가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젊어진 홍대영이 아이들 곁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정다정 혼자 감당해온 시간의 두께를 체감하는 구조였습니다. 아버지가 부재했던 18년의 공백을, 말이 아닌 경험으로 깨닫게 하는 방식이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홍대영의 변화는 꽤 탄탄합니다. 처음엔 MVP가 되겠다는 개인적 욕망으로 출발하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농구를 포기한 게 희생이 아니라 아이들 크는 걸 지켜본 게 더 큰 행복이었다"는 고백에 닿습니다. 진부한 말처럼 들릴 수 있는데, 제 경험상 이런 진부함이 오히려 드라마가 하고 싶었던 말의 진심에 가장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아쉬운 지점도 분명 있습니다. 딸 홍시아가 아빠 또래의 남자(실은 친아버지)에게 고백하는 설정은 코미디로 소비되지만, 보는 내내 살짝 아슬아슬했습니다. 이 부분은 시청자에 따라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지점이고, 저도 마냥 웃어넘기기엔 좀 걸렸습니다. 또 고우영이 다시 원래 나이로 돌아가는 판타지적 장치가 결말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마무리되는지는, 솔직히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회귀 판타지 장치를 통해 홍대영이 부재했던 18년을 '몸으로' 체감하는 구조
    • 캐릭터 아크가 '개인의 꿈 → 가족의 의미 발견'으로 일관되게 전개
    • 딸의 아버지에 대한 고백 설정은 코미디와 불편함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 판타지적 귀환 장치의 해소가 다소 모호하게 처리된 아쉬움
    요약: 판타지 설정 안에 부재한 아버지의 자각이라는 현실적 서사가 담겨 있으며, 캐릭터 아크는 탄탄하지만 일부 설정의 불편함과 판타지 해소의 미흡함은 옥에 티로 남습니다.

     

    입시비리와 재기 — 드라마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

    드라마에서 최일권은 학부모 면담을 술자리로 바꾸고, 사례비를 요구하며, 자신이 잘못되면 정다정에게 돈을 받았다고 진술하겠다고 협박합니다. 이 협박의 구조가 꽤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제가 직접 보면서 '이거 그냥 드라마 설정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쉬운 건, 이 사건의 해소가 너무 빠르다는 점입니다. 학부모들의 침묵과 두려움을 꽤 세밀하게 그렸는데, 고덕진의 긴급 학부모 회의 소집과 정다정의 시사고발 프로그램 제보 이후 불과 몇 장면 만에 뉴스 보도와 수사로 마무리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해결 장면이 지나치게 압축되면 그 앞에서 쌓아온 무게감이 휘발됩니다. 회차를 조금만 더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짜로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정다정이라는 인물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완결된 서사를 가진 인물입니다.정다정은 24번의 아나운서 면접, 이혼 MC 발탁, 딸의 성추행 피해 대응, 호신술 습득까지 홍대영이 없어도 이미 스스로의 삶을 완성해가고 있었습니다. 후반부에 "각자 인생을 살자"고 선 긋는 장면이 통쾌했던 건 그 서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약: 입시 비리 서사는 현실적 묘사로 묵직하게 시작하지만 해소가 너무 빠르고, 정다정의 재기 서사는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완결된 인물 아크를 보여줍니다.

     

     

    결론

    18 어게인 드라마는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외피로 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부재한 아버지의 뒤늦은 자각과 혼자 살아남은 여자의 생존기가 들어 있는 드라마였다.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무거운 지점들이 곳곳에 있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무게감이 이 드라마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이유가 됐다.

     

    입시 비리 에피소드가 너무 빠르게 봉합되는 아쉬움도 있고, 설정 자체의 아슬아슬함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정다정이라는 인물 하나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24번의 면접 끝에 합격한 사람이, 이혼 후에도 무너지지 않고 딸 앞에 당당히 서는 장면은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다. 화려한 판타지보다 현실의 무게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드라마를 찾는 분이라면, 한번쯤 볼 만한 작품이라고 권하고 싶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kTirJ3EC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