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대행 서비스가 드라마가 된 이유: 응보적 정의와 현실 반영모범택시의 핵심 설정은 이른바 복수 대행 서비스입니다. 무지개 운수라는 조직이 법의 테두리 밖에서 피해자를 대신해 가해자에게 응징을 가하는 구조입니다. 드라마에서 이 개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학교폭력 에피소드였습니다. 김도기가 가해 학생들에게 그들이 피해자에게 했던 방식을 그대로 돌려주는 장면, 즉 돈을 뜯기고 누명을 쓰고 빵을 강요당하는 상황을 직접 경험하게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솔직히 속이 시원했습니다. 동시에 이걸 시원하다고 느끼는 제 자신이 조금 씁쓸하기도 했습니다.현실에서도 이런 답답함은 수치로 확인됩니다. 학교폭력 피해 신고 이후 학교나 교사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응답한 피해 학생은 절반에도 미치지 ..
진실을 듣는 여자와 비밀을 숨긴 남자최근 시청한 이 드라마는 세상의 모든 거짓말이 들리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로 거짓말을 구별하는 능력을 타고난 그녀는, 이를 십분 활용해 타로 카페를 운영하며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 줍니다. 돈 때문에 만난다는 커플의 숨겨진 찐사랑을 찾아주기도 하고, 동네에 출몰한 범죄자의 거짓말을 꿰뚫어 보며 진범을 잡는 데 일조하기도 합니다.그러던 중,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숨긴 수상한 옆집 남자 '김도하'가 이사를 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과거의 상처와 빚 문제 등으로 세상과 단절된 채 천재 작곡가라는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던 그는, 진실만을 좇는 주인공과 계속해서 얽히게 됩니다. 오해와 경계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
맞선 배경 - 정략적 만남이라는 오래된 문화저는 소개팅은 해봤지만 맞선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소개팅만 해도 꽤 무겁다고 느꼈었습니다.맞선이라면 그보다 훨씬 더 격식 있고 숨 막히는 분위기일 것 같다는 게 저의 솔직한 상상입니다.저를 소개팅 자리에 나가도록 주선해준 지인들을 생각해보면, 사실 그분들도 굉장히 조심스러운 결정이었을 겁니다. 저는 그 당시에 감사함보다 부담감을 먼저 느꼈는데, 지금 돌아보면 주선자 입장에서는 양쪽 지인을 동시에 잃을 수도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자리를 만들어준 것이니까요. 맞선은 그보다 훨씬 더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이루어지니, 관계자 모두에게 훨씬 더 큰 중압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소개 문화 - 실제 자리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소개팅..
카르텔과 구마의식 - 김해일이라는 캐릭터의 구조열혈사제의 핵심은 김해일 신부라는 인물이 얼마나 이중적인 맥락 위에 서 있느냐입니다. 그는 구마의식(驅魔儀式)을 집행하는 가톨릭 사제입니다.이 드라마에서 구마의식은 단순한 종교 행위가 아닙니다. 해일이 악귀를 쫓는다며 실제로 주먹을 날리는 장면은 웃기면서도 묘하게 통쾌합니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건 해일의 과거입니다. 그는 사제가 되기 전 국정원 대테러 특수팀 요원이었습니다. 대테러 특수팀이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고 직접 대응하는 고강도 훈련을 받은 정예 요원 조직을 말합니다. 작전 중 아이들이 희생되는 것을 목격한 뒤 죄책감에 시달리다 이영준 신부를 만나면서 사제 서품을 받게 됩니다. 여기서 사제 서품이란 가톨릭에서 평신도가 성직..
카운터 능력과 융의 땅이 만들어낸 세계관드라마 속 카운터는 저승에 고용되어 인간에게 기생하는 악귀를 처단하는 특수 요원을 의미합니다. 특별한 무기 하나 없이 인간의 다섯 배에 달하는 신체 능력과 각자의 고유 능력만으로 싸웁니다. 여기서 핵심은 '융의 땅'이라는 개념인데, 융의 땅이란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나는 경계 공간인 '융'의 에너지를 지상으로 끌어올려 활성화된 영역을 의미합니다. 카운터가 이 땅을 펼치면 악귀 감지 능력이 극대화되고, 악귀를 강제로 저승 공간으로 소환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주인공 소문은 이 융의 땅을 다루는 방식이 다른 카운터들과 근본적으로 달랐습니다. 다른 카운터들은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수준이었지만, 소문은 거의 본능적으로 자유자재로 다뤘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저게 진..
낙하산 신입이 조직에서 버티는 방법미생에서 장그래는 낙하산으로 입사합니다. 낙하산 채용이란 실력이나 공정한 전형 없이 인맥이나 배경으로 자리를 얻는 채용 방식을 뜻합니다. 대학도 나오지 않고, 정규 인턴 전형도 통과하지 않은 장그래에게 동료들의 시선이 차가운 건 솔직히 당연한 일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 시선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현장 일을 해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제가 처음 현장에 투입됐을 때, 선배들이 쓰는 용어 하나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명칭도 모르고, 공정 순서도 모르고, 어디 서 있어야 하는지조차 몰랐습니다. 그게 무능한 게 아니라 그냥 처음이라서 그런 거라는 걸,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이해했습니다.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염장 오징어 물량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