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뒤에 숨겨진 모녀 관계의 진짜 구조이 드라마를 처음 볼 때 저는 팬티 도둑 복수 에피소드에서 그냥 배꼽 빠지게 웃었습니다. 은미가 절도 용의자를 파출소까지 끌어들이고, 그것도 모자라 계획적으로 주거침입과 협박 혐의로 맞신고를 날리는 장면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집요함 뒤에 딸 때문에 결혼도 포기했던 사람이 있다는 걸 나중에 알고 나서는, 그 웃음의 결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모녀 관계를 분석할 때 심리학에서는 흔히 '역할 역전'이라는 개념을 씁니다. 여기서 역할 역전이란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역할을 뒤바꿔 자녀가 부모를 돌보는 현상을 말합니다. 진희와 은미 사이에는 이 구도가 아주 자연스럽게 깔려 있습니다. 진희가 엄마의 뒤처리를 맡고, 엄마의 감정 기복을 받아내고, 결국 엄마를 지키겠다는 ..
결핍 서사 - 무영과 유진강이 닮은 이유드라마를 보다 보면 무영과 유진강이 표면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무영은 타인의 감정을 아무렇지 않게 밟고 지나가는 반면, 유진강은 자기 상처를 담담히 마주하면서도 남을 걱정할 줄 압니다. 그런데 제가 이 회를 보면서 느낀 건, 둘이 사실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유진강은 이 회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아버지는 태어나기 전에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일곱 살 때 잃었으며, 언니는 일찌감치 이민을 떠나 오빠와 단둘이 자랐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아홉 살 때 담임선생님에게 뺨을 맞았던 기억까지 꺼냈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이 드라마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닐 것 같다고 느꼈어요. 결핍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알..
이지안이라는 인물, 어디까지 공감할 수 있을까이지안을 단순히 '불쌍한 캐릭터'로 소비하는 드라마였다면, 저는 반쯤 보다 껐을 겁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지안은 도청을 했고, 거짓말을 했고, 전과도 있습니다. 그 모든 사실이 드라마 후반부에 차례로 드러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전과라는 설정은 시청자 입장에서 순간적으로 멈칫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박동훈이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죽였을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저는 이게 값싼 동정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이 대사는 캐릭터를 미화하는 게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는 것과 행동을 용납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이지안의 어머니는 빚을 잔뜩 남기고 도망쳤고, 이지안은 상속포기 제도를 몰라 그 빚을 고스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