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만들어낸 서열 구조드라마 속 주인공 병태는 학창 시절 내내 맞고만 살았던 인물입니다. 그가 바란 건 거창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안 맞고 평범하게 다니는 것,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충청도 일대를 평정했다는 전설의 싸움꾼 '아산 백호' 정경태와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일진들의 극진한 대우를 받기 시작하면서 인생이 완전히 뒤집힙니다.여기서 주목할 개념이 바로 또래집단 내 비공식적 위계구조, 즉 피어 히어라키(Peer Hierarchy)입니다. 피어 히어라키란 또래 집단 안에서 공식적인 규칙 없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서열 체계를 말합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교사와 학생이라는 공식 권위 구조 외에, 학생들 사이에서 별도로 비공식 권력 구조가 작동합니다. 병태가 아산 백호로 오해받는 순간, ..
법이 가해자를 먼저 보호하는 현실의 출발점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닙니다. 약혼자를 학생에게 잃은 특수부대 출신 나화진이 국가 기관인 교권보호국(이하 교권국) 감독관이 되어 문제 학교에 투입된다는 설정인데, 저는 처음에 "이게 말이 되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그 설정보다 더 황당한 건 현실이었습니다.가해 학생 조규철은 교사를 살해하고도 미성년자라는 이유와 불우한 가정환경을 참작받아 단기 2년, 장기 4년 형에 그칩니다. 이게 드라마 속 이야기지만, 실제로 피해자 측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보는 내내 뭔가 답답하게 막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촉법소년 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촉법소년은 형사 미성년자 중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형사 처벌 대신 소년부 ..
학교폭력 가해자의 심리 - 왜 하필 그 친구를 고르는가제가 직접 겪어보니 학교폭력 가해자들에게는 일정한 타깃 선정 패턴이 있습니다. 드라마 속 영빈처럼 성적이나 능력에서 밀린다는 열패감이 쌓이면, 그것이 지위 경쟁으로 전환됩니다.쉽게 말해,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 지면 그보다 약한 누군가를 찾아 짓밟으며 균형을 맞추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건 드라마에서도, 제 학창시절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었다는 겁니다. 연시은처럼 공부를 잘하며 조용히 지내는 친구들은 의외로 잘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제 경험상 일찐 무리들은 공부 잘하는 친구한테는 뭔가 직접 이득을 챙기거나, 아예 관심을 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신 애매하게 약해 보이고, 반응이 크고, 무리도 없는 친구들이 집중 타깃이 됐습니다. 혼자 다..
복수 대행 서비스가 드라마가 된 이유: 응보적 정의와 현실 반영모범택시의 핵심 설정은 이른바 복수 대행 서비스입니다. 무지개 운수라는 조직이 법의 테두리 밖에서 피해자를 대신해 가해자에게 응징을 가하는 구조입니다. 드라마에서 이 개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학교폭력 에피소드였습니다. 김도기가 가해 학생들에게 그들이 피해자에게 했던 방식을 그대로 돌려주는 장면, 즉 돈을 뜯기고 누명을 쓰고 빵을 강요당하는 상황을 직접 경험하게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솔직히 속이 시원했습니다. 동시에 이걸 시원하다고 느끼는 제 자신이 조금 씁쓸하기도 했습니다.현실에서도 이런 답답함은 수치로 확인됩니다. 학교폭력 피해 신고 이후 학교나 교사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응답한 피해 학생은 절반에도 미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