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의 세계관, 다른 재난물과 무엇이 다른가스위트홈의 세계관에서 핵심은 변이 메커니즘(Mutation Mechanism)입니다. 여기서 변이 메커니즘이란, 인간이 괴물로 변하는 과정과 조건을 설명하는 설정의 틀을 의미합니다. 바이러스나 방사능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니라, 개인이 내면에 품고 있던 강렬한 욕망이 방아쇠가 된다는 점이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주민 한 명은 아랫집을 결박하려는 집착적 충동을 드러내고, 다른 주민은 없는 아이를 키우는 듯 행동합니다. 변이 이전부터 이미 비틀린 욕망이 새어 나오고 있었던 것입니다.전조증상(Prodrome) 역시 중요한 장치입니다. 전조증상이란 어떤 사건이나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 나타나는 예비 신호를 뜻합니다. 스위트홈에서는 분노의 폭발과 대량의 코피가 공..
바이러스 기원 - 복수심이 만들어낸 재앙제가 드라마를 처음 볼 때 가장 당황했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보통 좀비물에서 바이러스는 정체불명의 실험 사고나 자연재해처럼 등장하는데, 이 드라마는 달랐습니다. 과학 선생님이 아들 진수를 괴롭히는 일진 학생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직접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있습니다.시작은 동물 행동 실험이었습니다. 고양이와 쥐를 관찰하다가 피식자가 포식자 앞에서도 공포를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호르몬, 즉 공포 억제 호르몬을 추출한 겁니다. 여기서 공포 억제 호르몬이란 위협 상황에서 정상적인 공포 반응을 차단해 극도의 공격성만 남기는 물질을 의미합니다. 이 물질을 아들에게 주입했고, 결과는 진수의 좀비화였습니다.이 설정이 저한테는 꽤 오래 남았습니다. 자식을 ..
추억 - H.O.T.와 팬덤이 만든 그 시절의 온도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H.O.T.의 '캔디'가 흘러나옵니다. 주인공 시원이 그 노래를 들으며 작가 10년 차가 된 자신을 돌아보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멈칫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복고 드라마니까 그냥 흘러가겠지 싶었는데, 그 짧은 장면 하나가 꽤 오래 마음에 걸렸습니다.드라마 속 팬덤 문화는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멤버의 땀 냄새가 밴 티셔츠를 받기 위해 팬클럽 이벤트에 줄을 서고, 방송에 나온 곰인형이 시원이 준 거라며 열광하는 장면은 지금 기준으로는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광기 어린 집착 안에는 무언가 순수한 게 있었습니다. 아이돌 팬덤(fandom)이란 단순히 특정 연예인을 좋아하는 집..
결혼 파탄드라마에서 오해영은 결혼 준비 과정의 갈등으로 파혼을 선언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결혼 준비 때 싸우는 건 흔한 일"이라며 다시 생각해보라고 종용하죠. 그런데 오해영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남들 다 하는 결혼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이 감각이 이해가 됐습니다.결혼 준비 갈등(wedding planning conflict)은 심리학적으로도 꽤 연구된 주제입니다. 여기서 결혼 준비 갈등이란 예식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치관, 재정, 가족 관계 등 복합적 마찰을 뜻하는데, 이 시기에 관계의 진짜 민낯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오해영의 파혼에는 또 다른 층위가 있습니다. 상대방 태진이 "밥 먹는 게 꼴보기 싫어졌다"며 파혼을 통보한 것입..
교모세포종 진단, 그리고 절망이 부른 이름드라마는 탁동경이 병원에서 교모세포종(Glioblastoma Multiforme, GBM) 진단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저는 이 장면에서 멈칫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삶이 너무 힘들 때 의사한테 "앞으로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그게 어떤 내용이든 귀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탁동경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냥 멍하니 앉아있다가, 집에 돌아와 혼자 내뱉습니다. "세상 다 망해라." 이 말이 그냥 화풀이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았습니다. 아프기 싫은데 아프고, 살고 싶은데 살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이 가장 먼저 하는 건 자기 자신보다 세상을 탓하는 겁니다. 그 감정이 쌓이면 '멸망'이라는 단어가 입에서 자..
미제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드라마에서 프로파일러 박해영은 폐기된 무전기를 통해 15년 전 과거의 형사 이재한과 교신을 시작합니다. 첫 번째 단서는 단순했습니다. "정동선1 정신병원 맨홀 뒤편에 목을 맨 시신이 있다"는 무전 내용 하나로 15년간 미제(未濟)로 남아있던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여기서 미제사건이란,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거나 기소에 이르지 못한 채 수사가 종결된 사건을 뜻합니다. 저는 현재와 과거가 서로 연락이 닿는다면 가장 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이 미제사건 수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과거에서 행적을 실시간으로 공유해준다면 현재에서 범인의 동선을 미리 추측해볼 수 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드라마가 이 논리를 그대로 구현했다는 점이 신선했습니다.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