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건드린 감정의 정체(감정이입)일반적으로 드라마는 픽션이니까 감동은 받아도 현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블루스는 좀 달랐습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감정이입(empathy)입니다. 여기서 감정이입이란 타인의 감정이나 상황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심리적 반응을 말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공감 반응(empathic response)이라고도 부르는데, 단순히 "불쌍하다"는 동정과는 다르게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내면에서 함께 경험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결핍이 있습니다. 영옥은 서울에서 내려와 제주 해녀로 살면서 주변의 시선을 감수합니..
안내양들의 노동환경, 그 시대 현실일반적으로 80년대 버스 안내양이라 하면 교복 같은 제복에 웃음 띤 얼굴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실제로 보고 나면 그 인식이 꽤 달라집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복고 감성을 즐기려고 시청을 시작했는데, 막상 보니 반복되는 야근과 부정 승차 적발, 기숙사 내 알력 싸움 같은 장면들이 훨씬 강하게 남았습니다. 드라마 속 안내양들은 승객의 부정 승차를 잡아내는 일종의 요금 검증 업무를 일상적으로 수행합니다. 동시에 배우나 대학 진학을 꿈꾸며 척박한 노동 현장 안에서도 야망을 놓지 않는 모습이 겹쳐집니다. 영래와 서종이라는 두 인물이 버스 안에서 처음 인연을 맺고, 동료이자 친구로 성장하면서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구조가 드라마의 중심축을 이룹니다. 이 둘이 외치는 ..
바이러스 감염 확산뉴토피아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감염자가 처음 발견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롯데타워처럼 수많은 사람이 밀집한 공간에서 감염이 시작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인데, 보면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밀폐된 고층 빌딩 안에서 탈출구가 제한되는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공포스러웠습니다.드라마 속 좀비 바이러스는 비말감염(droplet infection) 방식으로 전파되는 것처럼 묘사됩니다. 비말감염이란, 감염자의 기침이나 체액이 튀면서 근거리에 있는 사람에게 병원체가 전달되는 전파 경로를 말합니다. 실제 감염병 관리에서도 가장 기본적이면서 통제하기 까다로운 경로 중 하나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본 건 아니지만, 팬데믹 시기에 마스크 하나 때문에 온 사회가 뒤집어지는 걸 목격..
누명이 완성되는 방식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각도시의 주인공 태준은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변호인 측은 물리적 불가능성, 쉽게 말해 범행 시간대에 태준이 그 장소에 있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법정에서 증명해냈습니다.그런데도 재판은 뒤집혔습니다. 검사가 제시한 건 거창한 직접 증거가 아니었습니다. 배달 중 7분이라는 수상한 공백, 할머니 짐을 도와 옮기던 중 사용한 캐리어가 시신 유기 장소 근처에서 발견된 것, 그리고 피해자의 핸드폰을 주워 돌려주려 했다는 행동이 GPS 동선과 겹쳐 결정적 증거로 뒤바뀐 것입니다. 여기서 '정황 증거(Circumstantial Evidence)'라는 개념이 핵심입니다. 정황 증거란 범죄 사실을 직접 입증하지는 않지만, 여러 사실을 종합하면 특정 결론으로 유도..
이동발령이라는 자극 - 팀 변화의 시작강매강에서 강력 2팀은 수사 성과 부진으로 폐교된 어린이집 건물로 쫓겨납니다. 조직 내에서 이른바 좌천성 전보(轉補) 조치를 받은 셈입니다. 여기서 전보란 같은 직급 내에서 다른 부서나 기관으로 발령을 내리는 인사 조치를 말하는데, 성과 부진 부서를 자극하고 재정비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실제 조직에서도 종종 활용됩니다.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솔직히 "그럴 만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얼마나 성과가 없었으면 저렇게까지 했을까 싶었거든요. 이런 조치를 두고 "너무 가혹하다"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그 자극이 없으면 변화가 시작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가 경험한 조직에서는 그랬습니다. 조직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직무 재설계..
2035년 대한민국, 그 사법부패의 구조드라마의 배경은 2035년입니다. 노숙자 추방 조례가 통과될 만큼 빈부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진 사회입니다. 그 최상위 계층에 이한영 판사가 있고, 그는 사법권력을 개인의 이익 도구로 활용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제가 이 설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구조적 부패'라는 개념이 꽤 현실적으로 그려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구조적 부패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가 비리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상태를 말합니다. 이한영은 해날 로펌의 지시에 따라 10년간 꼭두각시 판결을 내려왔고, 대법원장 강신진은 S그룹 비리 수습을 위해 그를 재판 집도인으로 지목합니다. 개인이 나쁜 게 아니라, 나쁜 개인이 살아남기 좋은 구조가 먼저 만들어져 있었던 겁니다. 실제로 사법부 신뢰도와 관련한..